
알렉산더 페인 감독 / 135분 / 15세 관람가
맷 데이먼, 크리스토프 왈츠, 홍차우, 크리스틴 위그..
전문가 평점: 로튼토마토 지수 51%(평점: 5.7/10), 메타스코어 63점 (1월 12일 기준)
관객 평점: 로튼팝콘 지수 25%(평점: 2.1/5), 메타유저스코어 5.4점 (1월 12일 기준)
개인적인 평점: 6점 (오락성: 5점, 작품성: 7점)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제(11일) CGV 대구칠곡에서 관람하고 온 <다운사이징> 이야기를 해볼게요.
<어바웃 슈미트(2002)>, <디센던트(2011)>, <네브라스카(2013)> 등을 연출한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신작 영화 <다운사이징>은 '사람이 줄어든다'라는 설정만 얼핏 봐서는 19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애들이 줄었어요> 시리즈가 연상되기도 하는 작품인데요.
■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주요 연출작

※ 위 표는 IMDBPRO, Box Office Mojo, Rotten Tomatoes, Metacritic,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참고해 작성된 것입니다.
※ 이해를 돕기 위해 로튼토마토 지수의 경우, 'Certified Fresh' 등급은 오렌지색, 'Fresh' 등급은 빨간색, 'Rotten' 등급은 초록색으로 하이라이트 처리하였습니다. (참고로, Certified Fresh > Fresh > Rotten 순으로 높은 등급이며, Certified Fresh 등급은 5명 이상의 Top Critic(※쉽게 말해, 메이저 언론사 소속의 평론가)이 포함된 80명(※제한상영은 40명) 이상의 평론가가 평가에 참여한 토마토미터가 75% 이상일 경우 부여됩니다.)
※ 위 표에 사용된 북미 데이터는 1월 10일까지, 국내 데이터는 1월 11일까지 집계된 것이며, 개봉일은 북미 기준입니다.
6,800만불의 제작비(※출처: 박스오피스모조)가 투입된 <다운사이징>은 현지 시각으로 작년 12월 22일 북미에서 개봉해, 460만불의 오프닝 주말 스코어를 기록하며 7위로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에 데뷔한 후, 10일까지 2,365만불의 북미누적수익(월드와이드 수익 2,719만불)을 기록하고 있죠.
<다운사이징>은 북미 평론가들 사이에서 "인간의 내면을 냉소 섞인 유머로 꿰뚫어 보는 알렉산더 감독의 뛰어난 통찰력이 다시 한 번 제 역할을 해내는 영화", "알렉산더 페인의 작품 중 가장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알렉산더 페인 특유의 고차원적인 사유는 여전히 강렬하다.",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기발한 창의력과 탁월한 유머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담아내고 있는 영화" 등과 같은 호평과 "고루한 아이디어를 지루하게 펼쳐 내는 노잼 영화", "목적과 주제가 불분명한 산만하기 이를 데 없는 영화" 등과 같은 부정적인 평가가 팽팽하게 맞서는 양상을 보이며, 51%의 로튼토마토 지수(평점: 5.7/10)와 63점의 메타스코어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해외 관객 평점 : 로튼팝콘 지수 25%(평점: 2.1/5), 메타유저스코어 5.4점, 1월 12일 기준)
자, 그럼 제가 직접 보고 느낀 <다운사이징>은 과연 어떤 작품이었는지, 언제나 그렇듯 지금부터 솔직하게 말씀드려보도록 할게요. ^^
※ 본 포스팅은 필자의 취향과 의견이 반영된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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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슈미트(2002)>의 은퇴한 노인 슈미트(※잭 니콜슨), <디센던트(2011)>의 하와이 변호사 맷 킹(※조지 클루니), <네브래스카(2013)>의 치매노인 우디(※브루스 던)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평범한 캐릭터들의 일상을 묵묵히 관조함으로써, 삶과 인생을 묵직하게 사유해 왔던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신작 영화 <다운사이징>은 그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중년 남자 폴(※맷 데이먼)을 작품 전면에 내세워 삶의 무게와 인생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었는데요.
섬유근육통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링컨 의예과를 중퇴하고 고향집으로 돌아와 작업치료사가 된 폴은 오드리(※크리스틴 위그)와의 결혼 후에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빠듯한 살림살이에 점점 지쳐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다운사이징한 동창 데이브(※제이슨 더시키스)와 캐롤(※마리베스 먼로)를 만난 것을 계기로 다운사이징을 결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가 바로 <다운사이징>이죠.
얼마되지 않는 여가시간마저도 '집'이라는 뜻의 'La Casa'에서 보내는 폴의 모습을 통해
은유되고 있는 것처럼, <다운사이징>의 주인공
폴은 자신의 가정을 위해 헌신하는 이 세상의 모든 가장들을 상징하는 인물인데요.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의사가 되는 길을 포기했고, 크고 화려한 고급 주택에서 살고 싶어 하는
오드리의 바람을 이뤄주기 위해 다운사이징을 선택하는 등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자신에게 돌아온 것이라고는 (다운사이징 시술을 하기 위해) 온몸의 털을 깎는 게
싫어 혼자 도망가버린 오드리가
보낸 이혼 서류와 소인(小人)들의 도시 레져랜드에서의 외로운 삶뿐인 폴의 모습은 언제부턴가 그저 돈 벌어 오는 기계 신세로
전락한 채 가족들로부터 소외받는
이 시대의 수많은 가장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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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평생 '가족'을 위해서만 살았던 폴은 레져랜드에 홀로 외롭게 남겨지고 나서야 비로소 다양한 삶의 방식과 가치관에 눈을 뜨게 되는데요. 레저랜드에서조차 바르고 정직함을 넘어
고지식하기까지 한 기존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집하던 폴은 세르비아 출신의 다운사이징 밀수꾼 두샨(※크리스토프 왈츠)?과 그의 친구 콘래드(※우도 키에르), 그리고 두샨의 집을 청소하는 청소부 녹 란 트란(※홍차우)을 만나게 되면서, 조금씩 진정한 행복을 향해 다가서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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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다운사이징>?은 진정한 행복에 관하여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마다 행복을 느끼는 대상과 상황이 천차만별이기 마련이니까요. 그런 맥락에서 <다운사이징>은 영화 속 다양한 인간군상을 통해 각양각색의 행복을 말하고 있었는데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의 극단적 예시를 보여주는 파티광 두샨과 콘래드, 조국 베트남에서 사회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베트남 정부에 의해 동생은 죽임을 당하고 자신은 강제로 다운사이징 되어 한쪽 다리를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꿋꿋하게 레져랜드의 소외계층을 위해 봉사하는 이타적인
삶을 살아가는
녹 란 트란, 인류를 멸망으로부터 구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운사이징 기술을 개발한데 이어 수백년 아니 어쩌면 수천년 뒤에 들이닥칠 인류의 멸망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수백명의 소인(小人)을 이끌고 땅속 깊은 곳으로 숨어들어가는 노르웨이의 요르겐 박사(※롤프 라스가드), 그리고 레져랜드 담장 밖의 빈민가에서 휠체어에 앉아 녹 란 트란이 가져다주는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며 하루 종일 TV를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는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운사이징>은 다양한 형태의 행복을 묵묵히 관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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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사이징>은 그들의 모습을 관조하는 동안 결코 어떠한 행복이 더 가치 있는 것인지 말하지 않습니다. 물론, 관객 개개인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에 따라 두샨과 콘래드의 욜로 라이프가 부럽거나 한심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녹 란 트란의 이타적인 삶, 그리고 요르겐 박사의
거룩한 사명감이 존경스럽거나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며, 빈민가 노인의 비참한 행복에는 모두가 입을 맞춰
혀를 끌끌 찰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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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운사이징>은 진정한 행복이란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내 안의 만족'에 있다고 말하고 있었는데요.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화려한 삶이나 존경받는 삶을 동경합니다. 그리고
자신 또한 그러한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를 불행의 늪으로 빠뜨리고는 하죠. 이는 부유한 삶을 위해 다운사이징을 선택하고, 존경받는 삶을 위해 요르겐 박사 일행과 함께 땅속으로 들어가 스스로를 생매장시키려
했던
폴의 모습을 통해 영화 속에서 은유적으로 표현되고 있었는데요.
그렇게 방황에 방황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진정한 행복을 찾게 된 폴이 휠체어에 앉아 자신이 가져다준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며 행복해하는 빈민가 노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엔딩 장면은 <다운사이징>이 관객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내 안의 행복'을 함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장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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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사이징>?은 '진정한 행복의 의미'에 대한 사유와 더불어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욕망을 고찰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했는데요. '이곳 사람들은 단지 부자의 삶을 동경해서 다운사이징한 것 뿐'이라는 두샨의 대사처럼 끊임없이 더 많은 부(富)를 탐하고, 개인이 보유한 부의 크기에 따라 서로를 계급화하는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다운사이징>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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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사이징을 통해 모든 인류가 1/2744의 크기로 작아지면 그에 비례해
지구의 한정된 자원을 소모하고 오염시키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인류의 멸망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요르겐 박사의 순수한 연구 의도는 다운사이징 기술을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켜버린 공급자와, 다운사이징을 통해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부자로서의 삶을 누리고자 하는 수요자, 양 당사자들의 탐욕과 욕망으로 인해 자본주의적으로 변질되고 타락하는데요. 심지어 베트남을 비롯한 세계 수많은 국가들은 다운사이징 기술을 체제 및 기득권 유지를 위한 폭력적인 수단으로 악용하기까지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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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더불어 <다운사이징>?은 레저랜드 밖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소인(小人)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을 통해 '모두가 더불어 잘 사는 인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기도 했는데요. 과연, 모두가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은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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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평론가들로부터 '알렉산더 페인 감독 최악의 작품'으로 불리고
있는 <다운사이징>이기에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직접 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인데요. 하지만 제가 직접 보고 느낀 <다운사이징>은 '진정한 행복의 의미'에 대한 사유와 '인간의 탐욕과 욕망'에 대한 고찰이
두서없이 다소 어수선하게 뒤섞여 있는 감이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모두를 나름 의미 있게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다가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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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프 왈츠가 (<장고: 분노의 추적자(2012)>?에서 자신이 연기했던 킹
슐츠를 연상시키는) 특유의 익살로
군데군데 웃음을 선사하고 있긴 했지만,
작품 자체가 (6,800만불짜리 영화답지 않게) 대중적 재미보다는 철학적 사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개인의 취향과 기호에 따라
작품에 대한 온도차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신 후에 관람 여부를 결정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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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그럼 이쯤에서 <다운사이징>? 리뷰는 마치도록 할게요. 모두들 편안한 밤되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