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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을 도닥이는 힐링 스폿 ‘레더레스트’ 김대호 공방장이 꿈꾸는 “창 너머 숲”

2021-06-11 오후 2:27:23 추천0 조회수17



“탕탕탕” 잔잔한 재즈 선율에 섞인 망치 소리가 귀를 스쳐 이내 마음에 닿는다. 숨 가쁘게 달려야 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잠시 머리를 비우는 것도, 조용히 음악에 집중하는 것도,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나 와인을 음미하는 것도,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어떤 사소한 일에 몰두하는 것도 사치가 되어버렸다.
오로지 일로 가득 찬 하루, 생산적인 행동을 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초조한 마음, 누구보다 소중한 나 자신을 돌보는 일에 한없이 소홀했던 그때 그 자리에 놓여있던 한 사람. 어느 날 문득,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낀 그는 잠시 멈춰 서서 인생의 방향을 다시 설정했다. 그렇게 가죽을 만지기 시작했고, 많은 것이 변했다. 그가 만진 것은 가죽이 아니라 지친 자신의 마음이었다.
가죽을 통해 느끼는 힐링은 김대호 공장장만의 것이 아니다. 잠시 쉬어 가고 싶을 때, 도심 속 안식처가 필요할 때, 쉴 틈 없이 움직이느라 심장 박동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여유를 선사하는 공간. 이곳에서는 누구나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레더레스트’ 김대호 공방장과 함께한 시간을 공유한다.

Q. 공방장이기 이전, 디자이너 김대호의 삶은 어땠나요?
17년 이상을 디자이너로 살았어요. 처음 디자이너로 명함을 받았을 때는 참 기분이 좋았는데, 반복하다 보니 남의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내에게 말하고 잘 다니던 회사를 무작정 그만뒀어요. 2주간 제주도에 머물면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걸었어요. 올레길을 걸으며 처음으로 울어도 봤죠. 무엇을 하면 즐겁게 살 수 있을까 고민했고, ‘놀이터 같은 작업실을 갖고 싶다’라는 생각에 ‘가죽’과 ‘휴식’을 합친 ‘레더레스트’라는 이름의 공방을 차리게 됐어요.

Q. 많은 일 중에서 ‘가죽’ 그리고 ‘공방’을 선택한 이유는 뭐였어요?
서울에 올라와 제가 가장 좋아하는 키워드를 뽑아봤어요. ‘만들기’더라고요.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집중해보자는 생각에 목공, 반지 공방을 전전하다가 가죽공예를 하게 됐어요. 가죽으로 소품을 만들 때의 과정 중 하나가 반복적인 바느질이거든요. ‘핸드스티치’에서 힐링 포인트를 발견했어요. 저는 살기 위해 가죽을 만졌던 것 같아요. 그땐 정말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거든요. 그때 처음 만들었던 게 ‘레더레스트’의 히트 아이템인 명함 지갑이에요. 당시 직접 만든 명함 지갑을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했는데 반응이 좋았거든요. 그게 벌써 6년 전이네요.

Q. 공방장의 삶, 만족스러운가요?
100점 만점에 200점을 주고 싶을 정도로 정말 만족스러워요. 회사 생활은 제 인생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동양화를 그리다가 그림이 좋아서 디자인을 시작하게 됐지만,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이 안에서는 뭐든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어요. 컨펌이라는 게 없으니까요. 저는 ‘레더레스트’가 살아있는 유기체로 느껴져요. “잘 있어라, 레더레스트”라고 말하면서 퇴근할 때도 있어요.



Q. 엄청난 애정이 느껴져요. 사명 ‘창 너머 숲’은 어떤 의미인가요?
놀면서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 애정하지 않을 수 없네요. (웃음) 레더레스트의 사명인‘창 너머 숲’에는 저와 아내의 꿈이 담겨 있어요. 창 너머 숲이 보이는 곳에 가서 카페형 아틀리에를 차리는 게 인생 목표거든요. 아내는 카페를, 저는 작게나마 아틀리에를 마련해 작업하면서 살면 참 좋을 것 같아요.

Q. 말씀 하나하나에 여유와 편안함이 느껴져요. 그런데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회사 다닐 때보다 더 바쁠 정도로 찾는 분들이 많았다고요?
정말 회사 때보다 더 바빴어요. 덕분에 수익은 괜찮았죠.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좀 힘들지만, 그것과 별개로 새로운 히트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어요.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느낀 게 있는데, 7년마다 한 번씩 산업이 바뀐다는 거예요. 지금도 무언가 변화하는 타이밍인 것 같아요. 기계화로 인해 뭐든 쉽게 할 수 있는 세상 속에서 손으로 하나하나 완성해 나가는 재미를 느끼는 기회를 ‘레더레스트’를 통해 마련하고 싶어요.

Q. ‘레더레스트’ 제품에는 독특한 문양이 있어요. 별자리인가요?
완성된 제품을 구매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공방에 방문해서 직접 원하는 소품을 만들어가는 분들이 아주 많아요. 본인이 만든 제품에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담을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에 별자리를 넣기 시작했어요. 별자리를 외에도 이니셜을 넣거나, 원하는 색을 사용하면서 다양하게 커스텀 했을 때 더 큰 만족감을 느끼시더라고요. 카드지갑과 여권이 인기 아이템입니다.

Q. 많은 분이 가죽공예 클래스를 수강하러 오는데, 어떤 이유로 찾는 거 같나요?
주로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의, 직장생활을 갓 시작한 분들이 많이 와요. 대부분 남자친구를 위한 선물을 제작하러 오는 여성분들이죠. 종종 커플끼리 데이트코스로 찾는 경우도 있고요.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은 두 시간에서 세 시간 사이인데, 특별히 일찍 끝내려 하진 않는 편이에요. 살면서 특별히 망치질할 일이 많지 않잖아요. 조금 더 오래 걸리더라도 힘든 작업을 직접 하면서 완성하는 걸 추천해요. 밑 작업이 다 된 가죽을 단순히 꿰매기만 하는 게 아니라, 조금 어렵더라도 직접 구멍을 뚫어가며 만들면 더 값지지 않을까요?



Q. 레더레스트에는 ‘자연스러움’이 있어요. 제품에서도 느껴지는 것 같아요.
내추럴 가죽을 좋아해요. 재단 이후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사용하는 거죠. 가죽 본연의 그것들. 힘줄, 모공, 상처들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말이에요. 사용하면서 생기는 스크래치도, 짙게 태닝 되어 가는 것도 다 멋이라 생각해요.


Q. ‘공방장’이라는 수식어, 마음에 드나요?
디자인부터 제작,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제가 결정할 수 있다는 게 재미있고 특별해요. 저는 물건을 판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디저트나 음식을 내드리지 못하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저녁 수업을 하면서 수강생분들과 같이 과일이나 떡볶이를 먹으면서 작업을 하기도 했어요. 퇴근 후에 무언가 특별한 것을 하고 싶은데, 시간은 없으니 밥도 못 먹고 오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공방으로 인해 돈도 벌지만,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거에 대한 고마움이 커요. 공방이 주는 포근함도 좋고요.

Q. 실제로 그 포근함이 고스란히 전해져요. 레더레스트의 목표는 뭔가요?
말씀드린 것처럼 ‘창 너머 숲’이 있는 공간을 갖는 거예요. 인생은 아무리 계획을 해본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요. 나이를 먹을수록 느끼는 건 오늘이 미래라는 거예요. 오늘에 충실하다 보면 내일이 좋아진다고 생각해요. 사회 초년생이었던 시절, ‘나도 디자인 실장이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실장’을 달았고, 그렇게 10년을 살았으니까요.



Q.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더 기대되고 멋진 인생 같아요. 키보드를 두드리고 마우스를 붙잡던 손이, 이제는 가죽을 만지며 망치를 붙잡고 있잖아요?
맞아요. 공방에 있다 보면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손을 만질 일이 많은데, 손이 땀으로 흥건한 분들이 많아요. 저도 직장생활을 할 때 그랬는데, 공방을 운영하면서 사라졌거든요. 뭔가 내려놨으면 해요. 가만히 눈을 감고 숨만 쉬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멍 때리는 게 가장 좋대요. 멍 때리면서 숨을 돌린 뒤에, 뭔가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걸 드리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인 것 같아요.

Q.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의식적으로 휴식을 찾는 느낌이에요.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팁일까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요즘엔 캠핑도 많이 가요. 바람에 흩날리는 나무를 바라보는 거 자체만으로 재미있거든요. 강원도 연곡, 경북 울진을 좋아해요. 나무 밑에서 햇볕을 느끼다, 바닷가를 거닐기 좋은 곳이에요.

글/에디터 마채림
사진 신화섭(스튜디오 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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